어리고 어리석던 일기장




지난 스케치북을 무심히 뒤적거리다 오래전 사랑하던 사람과 마주앉아 낙서하던 페이지를 발견했다.

짝사랑으로 끝난 짧은 사건이었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서도 그 흔적을 마주하니 외로워진다.

돌아보면 나는 어리고 어리석었다. 많은 것이 서툴었고 많은 것이 두려웠다.


그렇게 몇년이 흐르고, 나도 나이라는 것을 먹었지만

아직도 여전한 것들이 있다. 변한 것들도 있고,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수 있어 다행이다. 

외로워지고 공허해지는 순간마다

나를 어찌 놓아두어야할지 모르는 때마다

책상앞에 앉아 종이를 펴고 노트북에 한글자씩 타자를 치며

하얀 것에 조금씩 조금씩 무엇이든 채워나간다.

대단치도 위대하지도 않은 일생이지만

지금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누구를 그리워하며 무엇을 후회하고 있는지를 기록하다 보면

언젠가의 내가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다시한번 


어리고 어리석었구나.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힘이 들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고 살아가기에는 견딜수가 없다.

여전히 대단치 않은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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