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2 일기장


해야할 일들이 투성이인 요즘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와서 잠만 자거나 종일 머리가 아파서 누워있거나 하다보니
사람하나 만나는 일조차 계속 미뤄지고 늦어진다.
적당한 생활비를 벌고자 하는 일은 가끔이라 힘들다 투정부리진 못하겠지만
아주 긴 휴식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인것 같다.

토요일, 얼마만의 한강이었는지
강 위로 흐르는 불빛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곁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도 없고, 그때의 나도 없다.

자꾸 누군가 긴 여행 후에 방황하는거냐 하는데
그다지, 낯설음이나 어려움은 못 느끼는데
현실과 꿈에서 헤메인다기보다는
예전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버려서
예전의 내 생활로 돌아갈수가 없길래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생활을 찾아가야 하더라.

정신없어서 인지 정신놓고 지내서인지
책도 안 읽고 그림도 그리지 않는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디어도 좋고, 무엇을 해도 좋겠지만
간간히 떠오르는 그리움이나 애틋함은
여행중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기전의 나다.

그리운 사람, 그리운 시간,
이제는 예전 이야기지 하고 쓴웃음 짓게되는
누군가의 기쁨이기도 했고
누군가의 아픔이기도 했던
나와 너와 그 사람과 그 시간들이
자꾸만 맴돌고, 나는 어쩔수 없다 생각한다.
그리워하며 눈물짓던 어린 나는 없고
담담해진 내가 있을 뿐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언젠가 이별을 고하게 되면
또 다른 나를 떠올릴테고
사랑했던 이를 다시 한번 만나게 되면
바보같았던 나를 떠올리겠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소중하지만
그 곁의 내 모습은 그다지 좋지 않구나.
그래도 나를 아껴줘서 너무나 미안하고, 고맙다.

아직은 날이 더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오늘은 햇빛도 지나치게 따뜻하고
해야할 일은 자꾸만 미루게되고
생각도 멈추고
곧 떠날 방안은 답답하기만 하더라.

장미꽃이랑 라일락은 바삭바삭하게 시들어버렸다.





요즈음 일기장




새벽쯤 커피한잔 하고 오면 잠이 더 안오기 때문에
그림 정리하고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해가 뜬다.
방에 불을 꺼도 괜찮을 쯔음에 침대에 누으면
여행 때 생각이 나다가도, 아 내일은 그걸 해야지 라는 '현실적인' 생각에
그때 그 기억이 자꾸만 흐려진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 너무 선명하고 잊혀지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오후가 넘어서야 일어나면
고양이 세수를 하고 물을 한잔 마시고
우유가 떨어졌길래 마트에 가서 우유랑 두부도 하나사서
냉동실에 고기랑 새우를 듬뿍넣고 김치를 잘라 찌개를 끓여 놓곤
검은 콩 넣어 밥을 앉혀 놓고 커피를 한잔 내려서 마시다가
배가 고파져서 계란후라이를 해서 밥을 먹었다.

옥탑방 왕세자 재방송이나 케이블에서 하는 모던패밀리를 본다.
티비옆 유리병에 장미꽃은 말라버려서 길가에서 라일락을 한송이 따와서 담아두었다.
악마의 과자라는 팀탐+우유는 생각보다 너무 달아서 별로, 나는 역시 두유가 좋다.
토요일 벛꽃놀이에 가져갈 치즈케익을 코스트코에서 사왔는데
작은 냉장고라 통채로 안들어가서 조각 조각으로 자르다보니
칼에 묻는 부스러기가 거의 한조각이길래 또 커피랑 같이 먹었다.
맛있는 음식은 좋다. 커피도 좋고, 사람들과의 약속도 좋다.

비오는 저녁이 좋다. 늘 신는 부츠는 앞코가 젖어버리기 때문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집앞 세탁소에 옷을 수선하러 가는 길에
디자이너의 집 정원에 있는 에펠탑을 보니 새삼 파리가 그리워진다.

파리에서도 크라코프에서도 브라티슬라바에서도
어디든 길가에 앉아 그림을 그리곤 했었다.
서울에서도, 다시 그림을 그려야겠다.

하루가 별일없이 흘러간다. 여행때도 그러했지만 이곳은 더 그러하다.
한달이 지나고 반년이 다 되어간다. 여전히 나는 어딘가에 머물러있나보다.






하녀방에서 달콤한 꿈을 꾸던 룩셈부륵 거리 여행


여행이기 이전에 베를린이나 파리는, 잠시나마 살아보았던 곳이라 그런지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쓸쓸해진다. 아니, 그리워진다는 표현이 맞겠다. 파리에 있는 두달반+한달중에 처음에 머물렀던 곳이 룩셈부륵 공원앞의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맨 꼭대기층이어서 천장도 낮고 창문을 열면 지붕이 머리맡에 있는, 그런 작은 방이었다. 한동안은 파리에 비가 많이 왔다. 근 일주일에 5일 정도 비가 왔는데, 지붕 바로 아래여서 비내리는 소리가 거셌고, 창문을 열면 비가 온통 들어차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주 맑게 해가 비치면, 창가에 걸터앉아 내다보며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해가 뜨면 해를 보고 해가 지면 달을 보고. 저 멀리 아주 조그맣게 에펠탑 꼭대기도 보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보고.자주 창가에서 시간을 보냈다. 맞은 편에서 소공녀가 고개를 내밀고 수줍게 인사를 건넬 것만 같았다. 



파리에 머물당시 파리에 오고싶은 누군가를 위해 그린 그림. (원래는 색이 들어간 그림이지만 원본은 주인공을 위해 흑백으로 공개합니다잉.)


속히 말하기를 옥탑방이 아닌 '하녀방'에서 소공녀 혹은 앨리스가 된 기분으로. 비 내리는 날에는 외출하지 않고 작은 방에서 책을 읽거나, 밥을 먹거나, 그런 별거 아니었지만 지나보니 너무너무 달콤했던 것들. 사실 무료한 일상이나 빌어먹을 현실은 동화와는 거리가 먼 어른들의 희극비극뿐이지만 때로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그안에 나를 담아두어, 동화속에서 살아보기도 한다. 꿈꾸는 거, 뭐 어때.





룩셈부륵 공원 근처에는 맥도날드와 카페를 가로질러 사거리가 있는데 나름 꽤 유명한 카페가 있다. 노천의자에 앉으면 수염난 아저씨가 무뚝뚝하게 주문을 받고 카페 비엔나를 시키면 일분쯤 되서 가져다준다. 길가가 좁은데 의자와 테이블을 놓아두어 바로 발치에 자전거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지나갔다. 걷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아주 느리게 걷는 할아버지 등등 사람들을 보고 그림그리는 게 참 재밌어서 시끄러운 그 거리에 종종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 근처에는 아주 작고 오래된 영화관도 있었는데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를 보고 너무너무 감동해서 그 여운을 잠재우러 다시 카페에 가서 파리의 거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날들은 하루하루가 무료하기도, 달콤하기도, 쓸쓸하기도, 행복하기도 했다.



파리는 아름답고 사랑스럽고나. (그립고나..)







.



(ps.그림그려드리기로 한 약속, 잊지않고 있어요.)


바쁘고 바빴던 이번주를 마치는 새벽에 혼자 방안에서 문득 드는 생각. 일기장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했던 사람과
더 사랑할 사람,
그리고 나를 위해 열심히 살자.

잊혀질만 하면 떠오르는 기억에 흔적을 뒤적거리다 보면
그래,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지지 않을거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조금 더 아름답고 빛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싶다.

사랑받고
사랑하고


이전의 나는 아주 초라하고 어렸었다.
어느새 나이도 먹어가고 모르던 것도 알아가고
그동안 얼마만큼 성장하고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연애든 일이든 생활이든
어려운 것 투성이다.

그중 제일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

때로는 자신감없다가도
때로는 행복하기도하고
잘될때도 있고
안될때도 있는거다
늦었다 생각말고
잘못될거라 생각말고
그저
주어지는 것 손에 쥐어야 할 것
그런것들을 잊지말고
언젠가는 만나리라
언젠가는 마주치리라
언젠가는 그러하리라
그렇게 믿고

열심히 살자,
부족하다기보다는
모자라기보다는
이게 나이니까,
그러니까 좀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고 살면된다.
난 그림을 그리며 살고싶고
그림을 그리며 사랑하며
사랑하며 웃으며 살고싶다.

평범하든 평범하지 않든
그저 행복하기를
아무것도 없는 것이 행복하다면 그러하고
가져야만 한다면 그러하기를.
욕심도 좋고
버려도 좋다
괜찮아. 그러니까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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